지난번 “미국에서 한국 씨앗 구하기”라는 게시글에, 홀트 가든이라는 곳에서 씨앗 구매를 했었다는 내용의 글을 썼었다. 게시글은 2월 29일, 최초 씨앗을 심은지 4일 차 되는 날 쓴지라 당시에는 아무 변화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초로 씨앗을 심은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 과정을 설명하면서 홀트가든의 씨앗들이 잘 발아했는지, 잘 자라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작년에는 물에 적신 페이퍼 타올으로 씨앗을 싸고 지퍼백에 넣는 방식으로 발아를 시도했었는데, 버리는 애들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이번에는 seed starter 발아 전용 흙을 사서 심었다.
초보 가드너인 만큼, 제대로 한 것인지… 집이 너무 추운 건 아닌지… 옆에 난로도 틀어주고, 그래도 발아를 하는 건지 어찌 된 건지 흙에 덮여있으니 보이지도 않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이쑤시개로 흙을 살살 흩으면서 씨앗을 찾아보고, 덮어주기를 며칠 반복…. 신기하게도 꼬물꼬물 하얀색 뿌리들이 빼꼼히 나와 있는 거 보고 마음이 다스려졌다.
1차 : 애호박, 고추 3종(신흥(매운), 풋고추, 꽈리), 시금치, 깻잎
처음 심은 씨앗들은 모두 홀트가든에서 산 한국 씨앗들이다.
제일 큰 씨앗인 애호박과 깻잎에서 가장 먼저 씨앗이 나왔다. 씨앗을 심은 뒤 딱 6일 차 되는 날이었다. 6개 씨앗 중 하나는 결국 발아하지 못하고 5개만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깻잎은 씨앗만큼 새싹도 남다르고 크고 탄탄하게 나왔다. 정말 예쁜 모습. 이제 이파리가 4개가 되어 다음 주 안에 밭에 심을 예정이다.
추운 날 난로를 켜서 놓았었는데, 난로와 화분의 위치가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깻잎을 심은 화분 하나에서만 싹이 먼저 올라왔다. 다른 화분에 심긴 씨앗은 새싹이 며칠 늦게 올라왔다. 한 달이 넘은 지금 모든 깻잎이 크게 사이즈 구분 없이 잘 자라고 있다.
고추 3종 중 매운 신흥고추는 10일 차 되는 날 일부 씨앗에서 새싹이 올라왔고, 꽈리고추는 3일 뒤 새싹 올라오는 기미가 보였고 풋고추들은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일부 더 싹을 심었다. 결국 풋고추도 싹을 틔우고 잘 자라는 중이다!
아쉬운 게, 시금치가 잘 안 자랐다. 처음 몇 개를 심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0개는 훨씬 넘게 심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10일 넘어서 싹이 1개가 나왔다. 싹튼 한 개만 빼고 풋고추처럼 다 느리게 나오는 건가 싶었는데, 결국 새싹을 보지 못했다.
결국 최초 심은 지 12일 차에 다시 심었고, 10개 이상 심었다고 느꼈는데 4개 올라왔다. 총 5개 발아 성공… 같은 화분에서 심은 거라, 이전 씨앗인지 추가로 심은 것에서 올라온 씨앗인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 더는 올라오는 새싹은 없었다.
며칠 전 남은 시금치 씨앗 봉투를 들여다보다가 침지라는 것을 해줘야 한다고 하여 하루 정도 씨앗들을 물에 불려 다음날 추가로 심어줬다. 아직 올라오는 새싹은 보이지 않지만, 많이 올라오길... 침지한 것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으면 내년에는 그냥 미국 씨앗을 쓰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2차 : 상추 3종(적치마, 뚝섬적축면, 로메인), 루꼴라, 복초이, 치커리, 토마토, 대파, 차이브
홀트가든 씨앗 : 적치마 상추, 뚝섬적축면 상추, 복초이, 치커리, 대파
홈디포 씨앗 : 토마토, 루꼴라, 차이브
5일 만에 가장 빨리 새싹을 보여준 건 루꼴라였고, 바로 다음 날인 6일 차에 상추 3종과 루꼴라 복초이, 치커리까지 새싹 모습이 조금씩 비치면서 모두 비슷한 시기에 자라고 있었다. 특이점은 없었고, 루꼴라(아루굴라)와 복초이(청경채)의 새싹의 모습이 다른 상추나 치커리와 다르게 탄탄하고 동글한 모습이 굉장히 비슷해서 신기했다.
상추들과 다른 채소 새싹들이 이제 꽤 자라서, 달갼판이 매우 비좁아 보이는 게 안쓰럽지만, 작년의 경험과 시중에 파는 모종의 크기로 볼 때, 아직 더 자라야 한다. 특히 상추 싹들은 너무 연하고 얇아서 날씨가 조금이라도 추워지면 얼을까 봐 무섭기도 하고, 굶주린 토끼들이 다 먹어 버릴까 봐 아직은 덩치를 키울 예정이다.
같이 부추속에 속하는 대파와 차이브는 거의 동일 시점에서 싹을 보여줬는데, 역시나 새싹 모습이 매우 비슷하다. 실처럼 가는 줄기 끝에 까만 씨앗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이런 실 같은 크기의 식물이 파처럼 변하려면 꽤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 혹시 빠른 수확을 원하는 사람들은 시중에 파는 파의 위에 푸른 부분은 사용하고 남은 뿌리 달린 밑동을 심으면 다시 빠르게 자라는 파를 얻을 수 있다. 위에 쪽파는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파를 쫌 많이 사면서, 그나마 뿌리가 긴 애들을 물에만 담가 놨는데, 일주일도 안돼서 저만큼 자라 버렸다. 솔직히 좀 놀라울 정도로 무섭게 자란거 같다. 물 밖에 안줬는데.... 뿌리도 꽤 자라서 이번 주에 가든에 나가서 심어줄 예정이다.
토마토는 새싹이 가장 늦게 11일 차에 새싹 1~2개를 볼 수 있었다. 홀트가든에서도 토마토 사서 비교해 볼 걸 아쉽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년에 도전해 보는 걸로 하고~ 엄청 많이 자란 거지만, 모종으로 땅에 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발아율 정리
정확하게 애호박은 6개중 1개가 발아를 못했으므로 발아율은 83% 정도이다.
시금치는 20개 넘게 심었는데, 총 5개 발아 성공했으므로 기껏해야 25%....
그리고 나머지는 정확한 숫자를 알수는 없지만, 체감상 높은 발아율을 보였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H마트 (한아름)에서 사는 씨앗은 듣기로는 새싹 잘 안 난다고 들어서, 이 정도면 새싹 발아 잘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빨리 날씨가 좀 안정돼서 애들 출가시키고 싶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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